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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토요 스토리 (15)

과도한 엄마 애착서 벗어나기

아빠와 아이, 둘만의 데이트

 

“우리 세차하러 갈까?"

집에서 하는 놀이가 싫증이 날 즈음, 남편은 아이에게 둘만의 외출을 제안했다. 아이 눈이 반짝였다. 덩달아 내 눈도 반짝였다.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바깥 날씨를 확인하고 긴 팔 티셔츠, 긴 바지를 꺼내 입히면서 말을 걸었다.

“깜장이(자동차 애칭) 목욕시키고 밥도 주고 와. 좋겠다, 아빠랑 둘이 데이트도 하고. 아빠 말씀 잘 들어야 해."

긴 연휴,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이다. 티 내지 않으려고 표정 관리를 했지만,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티가 난다. 주절주절,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건넸다. 남편에게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민망했나 보다. 두 사람을 배웅하고 나니 잠이 깼다. 눈에 보이는 장난감만 대충 치워놓고 노트북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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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10개월부터 아빠와 데이트를 시작했다. ‘애착 만들기’가 목적이었다. 아빠는 토요일마다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영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열 달을 한 몸으로 지냈고, 또 열 달을 한 몸처럼 함께한 엄마를 따라잡으려면 어떤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다. 

수업 첫날은 어색하기만 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남편의 셔츠는 땀으로 범벅돼 있었다. 창문으로 몰래 들여다보다가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아이와 눈이 마주쳐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교실을 나와야 했던 날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익숙한 관계라고는 오로지 둘밖에 없는 상황. 하루, 또 하루… 아이와 남편은 서로에게 집중했다. 40분 남짓한 시간, 아이는 아빠를 의지한 채 새로운 세상에 손을 뻗었다. 처음 보는 물건을 집어 들어 흔들고 만지고 입으로 탐색했다. 토끼 모양 머리핀을 한 여자 친구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동요가 흘러나올 땐, 고개를 까닥이며 박자도 맞췄다. 몸 놀이로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날은 앙증맞은 몸을 들썩이며 큰소리로 옹알이했다. 남편은 그런 아이가 마음껏 탐험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첫 학기가 끝났을 때, 둘의 ‘엄마 의존도’는 낮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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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아이와 관련한 모든 일은 내 손을 거쳐야만 마음이 편했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먹고 재우고 입히는 일부터 외출 준비, 병원 가기 등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안정감을 느꼈다.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신뢰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남편을 믿지 못해서는 아니었다. 성격 탓인지, 아니면 모성애가 과하게 발동해버린 탓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아이가 애착 형성할 기회를 뺏고 있었다. 남편에게도 시간을 줘야 했다. 

엄마표 놀이 전문가로 통하는 파워 블로거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아이와 놀이하는 모습을 스케치하고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어깨너머로 급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아빠의 모습이 포착됐다. 인터뷰에 집중하라는 배려였다. 취재 때문에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저 때문에 일부러 밖에 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최대한 빨리 끝낼게요."

“아녜요. 아빠와 데이트하는 걸 좋아해요. 엄마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 아이스크림도 아빠랑 데이트할 때는 먹을 수 있거든요. 엄마는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아빠를 무척 따라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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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10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취재원의 이야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사실, 남편과 아이의 데이트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몇 시간 후, 아이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들어왔다. 

“엄마~! 나 아빠랑 어디 갔다 왔을까요?" 

세차장과 주유소만 다녀온 게 아닌가 보다. 궁금하지만,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로 했다. 아빠와 나눌 수 있는 남자끼리의 비밀이니까.


글ㅣ 김명교
12년 차 교육 기자다. 집에선 다섯 살 달콩이의 엄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취재원의 이야기를 귀동냥 삼아 ‘잘 키워보자’ 했지만, 워킹맘의 현실 육아는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아웃과 우울증 사이에서 무너졌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am-un) 일과 육아에 가려있던 ‘나’를 일으키고 마음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글을 쓸 때 마음이 벅차오른다. 글 속에 찰나를 담아내고 싶어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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