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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토요 스토리 (11)

어지러운 거실 정리해 만든 '나만의 공간'

"비우면 삶이 단순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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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쉼의 공간이다.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고 삐걱거렸던 마음을 기름칠하고 조이는 곳이다. 어떤 방해 없이 온전히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들었던 어제를 뒤로하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고 다시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 공간의 의미는 더욱 특별해졌다. 집을 꾸미는 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단다. 관련 업계도 예상하지 못한 호황에 어리둥절할 정도라니 말이다. 

한 방송사에선 집 정리를 콘셉트로 한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선보였다.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나눈다’는 게 기획 의도. 지난 6월 29일 첫 방송에서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느지막이 아이를 재우고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가 화면에 눈길이 머물렀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기 전 의뢰인의 집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거실 절반은 아이의 장난감이 차지하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잡동사니가 시선 닿는 곳곳에 흩어져 있고, 부부에게 허락된 공간은 소파나 방 한편 정도. 우리 집을 보는 것 같았다. 

‘미니멀 라이프’가 트렌드라지만, 아이 키우는 집은 이를 실천하기 쉽지 않다. ‘육아는 장비빨(육아용품을 활용하면 육아가 한결 수월하고 편리해진다는 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육아 아이템은 다 이유가 있었다. 아이가 자랄 때마다 발달 시기에 맞는 교구(敎具)와 동화책까지 더해지니, 집은 점점 채워지기만 했다. 우리 부부에게도 집 정리는 늘 숙제였다.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이라야 할 집이 왜 불편하기만 할까. 퇴근 후 어지러운 거실 모습에 왜 화가 날까. 아이를 키우는 집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여겼는데,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TV 프로그램에서 그 답을 찾았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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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vN '신박한 정리' 캡쳐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정돈 안 된 집은 쓸데없는 감정과 스트레스를 떨쳐내지 못하는 내 모습과 닮아 있었다.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막막해서,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동안 나는 그것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미루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은 더 복잡해졌고, 나만의 공간도 잃어버렸다. “비우면 삶이 단순해져요. 나한테 필요하고 소중한 것만 남기면, 그것을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어요." ‘신박한 정리’에서 미니멀리스트로 등장하는 신애라의 이야기가 내내 맴돌았다. 

 

“우리, 집 정리 좀 해볼까?"


남편에게 아이의 놀이 공간으로 내어줬던 거실을 우리의 공간으로 다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속에 담아뒀던 말을 꺼내기만 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생기가 돌았다. 인테리어 잡지에나 등장할 법한 근사한 집이 눈앞에 펼쳐지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쓰일 데 없는 물건을 걷어내고,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들도 틈틈이 비워내려고 한다. 비워진 그곳에서 무엇을 할까, 또 무엇으로 채워 나갈까, 고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볕이 잘 드는 창가에 테이블을 하나 놓을 거다. 이곳을 ‘나만의 아지트’로 삼으려고 한다. 때로는 카페가 되고, 어떤 날은 맥줏집이, 또 어느 날은 글을 쓰는 작업실이 될 테지. 내게 허락될 이 공간이 이토록 기대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비울 걸 그랬다.

 

 

글ㅣ 김명교
12년 차 교육 기자다. 집에선 다섯 살 달콩이의 엄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취재원의 이야기를 귀동냥 삼아 ‘잘 키워보자’ 했지만, 워킹맘의 현실 육아는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아웃과 우울증 사이에서 무너졌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am-un) 일과 육아에 가려있던 ‘나’를 일으키고 마음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글을 쓸 때 마음이 벅차오른다. 글 속에 찰나를 담아내고 싶어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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