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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재 | 오십즈음에 (44)

행복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다

내게 찾아온 일곱가지 변화 (상)

한강 작가  20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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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긍정적으로 보다

과거 나는 늘 내가 못마땅했다. 내면에선 항상 나를 놓고 격렬한 여야 대립이 벌어졌는데 대부분 야당이 승리했다. 내 행동이나 생활, 사고를 놓고 나를 스스로 분석하곤 했는데 결론은 부정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잘하고 있을 때는 “언제쯤 잘 못할까?"하고 불안해하거나 “너의 지금 모습은 가식적이고 위선적이야"할 때가 많았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못마땅하게 행동할 때도 많았다. 특히 사춘기때 이후 방황하면서부터 나는 공부도 등한시했고 일탈행동을 많이 했다. 술도 많이 마시고 걸핏하면 성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경우 “거봐 역시 넌 문제가 많아"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내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년간의 시기를 잘 견딤으로써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 커져갔다. 

 

“자기를 찾겠다고 나온 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야" 

“그동안 꿋꿋하게 버텨줘서 든든하다"

“어려울 때 곁에 여러 사람들이 지켜준 걸 보니 인복(人福)이 많아"

“당초 책으로 성공하겠다고 했지만 잘 안되더라도 낙담하지 않고 다시 해보겠다는 자세가 됐어"


이처럼 나의 내면에선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좋게 평가를 내리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야당보다 여당이 많아 진 셈이다. 

나의 심리상태는 종종 꿈을 통해 반영된다. 과거 늘 꿈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대로 내가 회사를 나온 뒤 1년 쯤 뒤 처음으로 기분 좋게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긍정적인 과거 기억이 꿈을 통해 반영되면서 나는 오랜만에 내면의 활기를 되찾았다.

그로부터 다시 1년후인 2006년 12월말. 나는 통쾌한 꿈을 꾸었다. 1년전의 기분 좋은 꿈 정도가 아니었다. 나는 과거 내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으로 복귀한다는 내용이었다. 꿈의 내용은 이러했다.

나는 회사 내에서 스스로 ‘강등’을 고수했고 당당하게 견디어냈다. 나를 싫어하거나 비딱하게 보는 사람들에 대해선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시했다. 과거처럼 분석하거나 연연해하지 않았다.

내 주변을 회사 사람들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이 수군거렸다. “저 사람이 나중에 사장으로 온다"며. 

깨어났는데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내용의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드디어 내가 심리적 위축감에서 벗어나는구나라는 생각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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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관계가 편해지다

나에 대한 긍정적 생각은 자연스럽게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로 편하게 지내게 되고 나를 의식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내 스스로와 불편한 관계이다 보니 고스란히 남과의 관계도 불편했다. 즉 내 내면의 갈등과 감정을 감추려다 보니 항상 ‘저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비난하지 않을까, 무시하지 않을까, 내 말에 지루하지 않을까’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며 대화를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남의 시선이나 이야기에 덜 구애받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내 스스로 자유스러워진 것이다. 2년간의 ‘나 홀로 시간’속 많은 사유(思惟)가 오히려 나와 남과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나를 의식하지 않게 되다보니 나는 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됐다. 


3. 행복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상사로부터 일 잘한다는 칭찬 듣고, 승진하고, 좋은 차 사고, 멋진 아내를 얻고, 출세가도를 달릴 때 행복한가. 천만에. 그것은 일회성이다. 상사로부터 칭찬보다는 꾸지람을 들을 때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승진을 밥먹듯 할 수 없다. 좋은 차도 마찬가지다. 멋진 아내도 살다보면 지겨워질 수 있다.

행복은 어떤 목표가 달성되고 욕구가 충족돼야 찾아오는 마음의 단계가 아니다. 행복은 마음의 상태다. 행복을 받아들일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축복이다. 이런 마음의 상태가 안된 사람에게는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아무리 유명해도, 매일 주지육림속에 빠져 있어도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헐리우드의 잘 나가는 스타들의 몰락을 보면 자명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선 작은 일에서부터 기쁨을 느꼈다. 아내의 따뜻한 미소 속에서, 아이들의 편안하게 자고 있는 얼굴을 보면서, 싱그러운 봄날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만원 지하철에서도 독서에 열중하는 학생을 보면서 나는 기쁨과 행복감을 느꼈다.

폼나고 멋진 식당이 아니더라도 친한 친구와 설렁탕 뚝배기 한그릇과 소주 한병 놓고 마실 때 행복이 느껴졌으며 그런 행복을 느끼는 자신을 보면서 또 행복이 느껴졌다.

또 행복은 마음의 평정한 상태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마음의 상태. 흔들리지도 않고 편안하며 고요한 마음의 상태. 그런 마음의 평정이 찾아오면 행복을 느낀다. 이는 곧 마음의 평상심과 같다. 평상심을 가질 때 행동에서 실수하지 않고 판단에서 그릇치지 않는 제대로의 것이 나온다. 

작은 일에서도 기쁨을 느끼고 마음의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나를 둘러싼 외적 상황과 관계없이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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