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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상처받은 어린 시절, 사랑없는 결혼 생활

심리적 상처와 열등감 극복하려면…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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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 차인 서른네살 민아 씨는 부부 내 갈등 문제로 상담실을 방문하였다. 남편의 자기중심적인 성격과 감정 표현의 부재로 인해 그녀는 늘 외로웠고,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녀는 남편과 특별한 일상을 꿈꾼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저녁 식사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서로 나누고, 함께 산책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저녁을 먹은 후에 휙 하고 사라져 헬스장으로 향하거나 혼자 방에서 책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럴 때마다 민아 씨는 외로움과 서러운 마음이 올라와 울컥했지만, 네 살 딸아이 앞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아이가 잠든 후에 혼자 베개를 적시며 울었다. 한때는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이제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 것 같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5년 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고 했다. 

민아 씨 부부는 3개월이라는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 그녀의 남편은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랐고, 엄마처럼 자신에게 온전히 맞춰줄 여자를 원했다. 그런 그에게 순응적이고 예의 바른 민아 씨는 결혼상대로 제격이었다. 

반면, 민아 씨가 남편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남녀차별이 심한 가정에서 남동생과 차별대우를 받으며 자랐는데 가까스로 4년제 대학에 입학하긴 했지만, 공부를 특출하게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늘 엘리트였던 동생에게 밀렸고, 그로 인해 자존감은 더욱 낮아졌다. 

민아 씨가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그는 누구나 알만한 외국 대학을 나온 엘리트 출신의 회사원이었고, 자신의 늘 바라던 로망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 혹은 자신의 자아가 지니지 못한 탁월함을 어느 대상이 지니고 있을 때 그 대상에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대상 선택에 있어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결혼 생활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한때 눈이 맞아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그들의 상대에 대한 기대나 소망은 처음부터 너무나 달랐다. 남편은 자신이 해야 할 공부와 과업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우선인 사람이었고, 결혼한 후에도 자신의 욕구대로만 행동했다. 

민아 씨는 그런 남편이 야속하고 미웠지만 잘 지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함께 부부상담을 받아보자며 남편을 설득했지만, 남편은 자신은 불편한 부분이 없다며 그녀의 의사에 따르지 않았다. 

민아 씨와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의 외로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아팠다. 남편의 도움이나 정서적인 지지 없이 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것은 혼자 살 때의 외로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외로움이다. 그녀가 현재 심리적으로 얼마나 버거울지 상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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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도록 하는지, 만약 이 결혼이 유지되지 않았을 때 그녀의 마음속 두려움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남편이라는 사회적 보호막이 없어지는 게 두려워요. ‘이혼녀’로 살아갈 때 사람들의 시선도요.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녀와의 상담이 한 달이 지날 무렵 나는 같은 질문을 했고, 그녀는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과 만나고 있었다. 


“무엇이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나요? 그를 붙잡고 있는 민아 씨만의 이유나 의미가 있을까요?"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어요. 제가 잘 살고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남편이 나중에 출세해서 성공하면 그 후광을 누리고 싶어요."

“누구에게 민아 씨의 선택이 옳았다고, 잘 살고 있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은가요?"

“…… 부모님인 것 같아요. 증명하고 싶었어요. 내가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부족하고 못났지 않다고. 동생보다 더 잘살 수 있다고. 그리고 어렸을 때 왜 나를 외롭고 비참하게 했냐고.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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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에서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그 속에는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도 있었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어린 시절 동생과의 차별대우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를 보상받고 싶었던 민아 씨의 무의식적 소망도 있었다. 

민아 씨의 사례는 상담에서 자주 보게 되는 경우다. 부모가 자식들을 다르게 대하고 다른 눈으로 바라볼 때 같은 부모에게 자랐지만, 형제자매는 각자 다른 경험을 한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온전히 받던 사랑을 동생에게 박탈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다른 형제에 비해 부족한 존재로 비치며 열등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부모를 통해 마음속에 깊숙이 새겨진 감정은 사람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뿌리 깊이 박힌 감정은 평생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다니며 지배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선택으로 이끌기도 한다. 

민아 씨와 나는 3개월 째 상담실에서 만나고 있다. 나는 그녀가 부모님의 ‘응시’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다르게 바라보도록 돕고 있다. 부족하거나 형편없는 민아 씨가 아닌, 충분히 사랑스러운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타인이 주체가 되었던 삶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으로 옮겨오는 것이 그녀와 내가 함께 상담에서 해야 할 작업이다. 

그녀가 현재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그녀의 선택을 응원할 것이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하는 선택은 언제나 옳다. 다만, 앞으로의 삶은 그 누구의 인정도 아닌, 자신이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내담자의 privacy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고 일부 상담내용을 각색했습니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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